느린학습자관련기사“아이들 상처보다 정치가 우선인가”…성남시의회, ‘학폭 피해지원 조례’ 끝내 부결



법제처·행안부 “지자체 지원 가능” 해석에도 정치적 논리로 좌초

재석 33명 중 반대 18표…국민의힘 전원·무소속 이영경 반대 가세

시민단체 ‘학폭OUT’ “아이들 정신건강 외면한 시의회 강력 규탄”

“벼랑 끝 아이들 내몰아 피해자 고통은 현재진행형⋯끝까지 싸울 것”

▲ 성남시의회 본회의장. /김규식 기자 kgs@incheonilbo.com
▲ 성남시의회 본회의장. /김규식 기자 kgs@incheonilbo.com

성남시의회 제31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린 22일, 방청석과 복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폭력 피해 아이들을 보듬겠다며 상정된 ‘학교폭력 피해학생 회복 지원 조례안’이 정치적 계산과 해묵은 감정 싸움 끝에 결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기 때문이다.

2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조례안(서은경 의원 대표발의)은 기존 교육청 시스템에서 소외된 대안학교·국제학교 학생 및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 성격을 띠고 있었다. 

학폭위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심리 상담과 법률 지원, 학습권 회복을 돕는 지역사회 복지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례안의 운명을 결정지은 표결 결과를 살펴보면, 재석 의원 33명 중 과반인 18명이 반대표를 던지며 조례안은 최종 부결됐다. 

반대가 국민의힘 17명 전원과 무소속 이영경 의원 등 18명이며, 찬성은 더불어민주당(13명), 무소속 최현백 등 14명, 기권은 무소속 고병용 의원이다. 

특히 과거 분당의 한 초등학교 집단 학폭 사건 가해 학생의 학부모로 지목돼 시민들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았던 무소속 이영경 의원은 이날 5분 발언을 통해 조례 추진을 “위선”이라 규정하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이영경 시의원은 2024년 분당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학폭 사건 가해 학생 중 한 명의 학부모로서 국민의힘으로부터 출당 조치됐으며, 그의 자녀 등 4명이 촉법소년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후 수원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바 있다.

 

 

▲ 학폭OUT학부모시민모임 배지. /사진제공=폭OUT학부모시민모임
▲ 학폭OUT학부모시민모임 배지. /사진제공=폭OUT학부모시민모임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방청석과 인터넷 방송으로 이를 지켜보던 학부모 단체들과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성남사회단체연대회(성남연대) ‘학폭OUT학부모시민모임’(학폭OUT)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모든 아이들의 정신건강보다 정치가 앞선 결과”라며 성남시의회를 맹비난했다.

학폭OUT 측은 이번 부결이 철저히 정치적 논리에 의한 ‘보이콧’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법제처와 행정안전부는 이미 해당 조례에 대해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은 상태였다. 

법제처는 “학폭 피해 지원은 자치사무인 주민복지 및 청소년 보호 증진에 해당한다(2026.3.31.)”고 밝혔으며, 행정안전부 역시 “주민복지 차원의 보충적 지원은 교육감의 사무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처럼 탄탄한 법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폐기된 조례안은 지자체가 학폭 피해 학생을 위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회복 모델’을 담고 있었다. ▲성남시에 주민등록을 둔 모든 학생으로 대상 확대 ▲심리상담·전문의료기관 연계·법률 지원을 망라한 ‘회복지원센터’ 설치 ▲사업 실효성을 위한 매년 만족도 조사 및 시의회 보고 의무화 등이 그 내용이다.

학폭OUT 관계자는 “조사와 처분이라는 행정적 절차를 넘어, 무너진 아이들의 일상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지역사회의 당연한 책무”라며 “피해 가정의 현실적 고통을 외면한 이번 투표 결과는 성남시의 인권 의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성남시의회는 이번 결정으로 ‘아이들이 안전한 도시’라는 구호를 스스로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학폭OUT 회원 등 성남연대는 이번 부결에 굴하지 않고, 학교폭력 피해자 지원 체계가 실질적으로 마련될 때까지 더욱 강력한 공동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해 향후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성남=김규식 기자 kgs@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2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