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학습자관련기사[에너지 경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경계선 지능인'

최근 인지능력이 제한적이고, 사회성이 발달하지 못해 학령기 학교 부적응으로 학교폭력과 따돌림 피해 본 사람들이 학령기 이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성인으로 살아가면서 일상 및 사회생활과 직업활동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적 환경에 따라 적절한 교육과 지원의 부재로 사회적 배제와 단절을 겪는 사람을 ‘경계선 지능인’이라고 일컫는다. 이들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학대와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연루돼 사회의 주변인으로 맴돈다. 이들을 위한 뚜렷한 사회적 지원 정책이 부족한 주된 이유는 경계선 지능인을 독립된 정책대상자로 인정해야 할지, 발달장애의 범주에 포함시켜 유사 정책대상자로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12일에 사회보장위원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제3차 사회보장 기본계획’과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에 새롭게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대한 내용이 반영됐다. 필자는 이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경계성 지능인’ 용어에 대한 정의부터 정립해야 한다. 2008년부터 국가차원 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되면서 학교 교육은 경쟁체제로 변화됐다. 기준 이하의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보충 지도의 대상이 돼 집중적인 학습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계속된 학습의 실패 경험들은 ‘학습된 무기력(Learned Hopelessness)’을 초래했고, 그 결과 학업의 포기 뿐 아니라 또래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학령기에 이런 경험을 한 아동들에게 ‘경계선급 정신지체’, ‘느린 학습자’, ‘애매한 아동’, ‘경계선급 지능 아동’ 또는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이라는 용어들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요구를 지닌 아동 혹은 다양한 학습자’라고 일컫는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 5’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으로 진단받기 위해서는 개념, 사회, 실행 영역에서 지적 기능의 제한성(IQ 70 이하)과 다양한 환경(가정, 학교, 일터, 공동체)에서 한 가지 이상의 일상생활(의사소통, 사회참여, 독립적 생활) 기능에 제한성이 발달기(18세 이전)에 시작돼야 한다. 그런데 2020년 10월 제정된 서울시의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에서는 경계선 지능인을 ‘지적장애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평균 지능에 도달하지 못한 인지능력(IQ 71∼84)으로 소속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에서의 부적응은 낮은 지능이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된 결과다.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직업생활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낮은 지능 때문일까? 지능은 경계선에 속하지만 적응 행동 기능에는 어려움이 없는 이들도 있다. ‘일상생활과 직업활동의 곤란함’이 지적 기능의 제한성 때문인지, 적응 행동 기능의 어려움 때문인지, 사회적 환경의 부재 때문인지를 면밀히 파악한 후 신중하게 용어를 선택해야 한다. 뚜렷한 원인 진단 없이는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없다.




둘째, 경계성 지능인에 대한 구체적인 특성과 지원요구를 파악해 그에 맞는 개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 현재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정책은 발달장애인과 매우 유사하다. 지능 제한성 유형(IQ 70∼84, 85∼99)과 적응행동 제한성의 유형(개념적·실제적·사회적 적응행동의 어려움)에 맞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경계성 지능인과 그 가족의 삶이 더욱 개선된다.


셋째, 무엇보다 경계성 지능아동에 대한 교육당국의 관심이 중요하다. 경계선지능을 가진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80만명으로 한 학급당 2∼3명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들은 특수교육서비스와 일반교육사이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학교에서 소외받는 경계성 지능아동 중 소수만이 지역사회의 종합사회복지관이나 장애인복지관에서 단기간 프로그램 참여하는 정도다. 특수교육 담당 부서나 학습부진 담당 부서에서 지역사회와 연계해 이들에 위한 교육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경계성 지능인은 학령기에 적절한 교육을 못받으면 ‘학습의 무기력’과 ‘낮은 자존감’ 그리고 ‘대인관계의 단절’이 성인이 돼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www.ekn.kr/web/view.php?key=20231221010006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