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학습자관련기사[SBS]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경계선 지능'을 아시나요?






'그 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모두가 말을 걸어도 안 대답해주고 힘들어서', 이 학교로 왔다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이 학교는 '경계선 지능' 청소년을 위해 만들어진 위탁형 대안학교입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날, 학교에선 중등부 뮤지컬 수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동작을 따라 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경계선 지능'이라는 단어가 낯선 분들 계신가요? 통상 지능지수가 지적장애(IQ 70)보다는 높지만 평균(IQ 85)보다는 낮은 상태를 가리킵니다. 말 그대로 경계에 있는 겁니다. 통상 학습이나 적응 속도가 느리고, 자기 표현에 서툴며,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영수 같은 일반 수업뿐 아니라 뮤지컬 등 자기 표현 능력을 키우기 위한 수업이 이 학교엔 여럿 마련돼 있었습니다.


학교를 처음 세운 지우영 현 교장 선생님은 무용을 전공한 안무가이자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가였습니다. 선생님은 둘째 아이가 경계선 지능 판정을 받으면서 이런 아이들이 많고 또 갈 학교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장애도 아니고 비장애도 아니다 보니 어느 한쪽에의 적응이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비를 들여가며 키웠던 학교는 이제 학력도 인정받을 수 있는 어엿한 위탁형 대안학교가 됐습니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취재진이 학교에서 만난 학생 두 명은 모두 원 학교에서 아픔이 있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왕따를 해서, 말을 걸어도 답해주지 않아서 등. 힘들었던 아이들은 이 학교에서 조금은 천천히 적응하고 또 세상을 배워 나가며 무용수, 음향 엔지니어 같은 꿈을 키워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지우영 교장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여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원래 학교로 다시 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입니다.


전 국민의 10~15%가 경계선 지능으로 추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그만큼 우리 옆에 흔히 있을 수 있고 또 경계선 지능이라는 상태가 고정돼 있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합니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직접 경계선 지능 청소년들을 위한 또 다른 대안학교를 이끌고 있는 김현수 한양대협력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는 "정확하게는 질병인가 아닌가의 중간 상태"라고 경계선 지능을 설명했습니다. 지능지수가 경계선 지능에서 평균 지능으로 변화하는 아이들도 있고 장애 수준으로 변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아동기 조기 진단과 지원을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경계선 지능은 법적으로 장애로 인정받지 않기 때문에 예를 들면 장애인복지법 등 특별한 제도적 지원의 테두리에서 빠져 있습니다. 특성을 고려한 교육이나 직업 훈련 지원 등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진 않습니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만들어 이들에 대한 평생교육 지원 등의 근거를 마련한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병원을 찾아 아이의 지능지수를 더 낮게 판정해달라고, 차라리 지적장애로 판정받아서 평생 지원받는 게 더 좋겠다고 하는 부모님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도 엄연히 사회 구성원인만큼 아동기에 진단과 발견, 또 청년기에 직업 훈련 등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놔주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연일 화제인 요즘, 지우영 교장 선생님은 조금은 남다른 마음으로 드라마를 지켜봤습니다. 아이들 가운데 자폐를 가진 아이들도 있어 주인공과 비슷한 특성을 보이는 아이들도 많았는데, 처음 학교를 만들 때도 떠올랐습니다. '경계선 지능 아이들이 비행청소년'이라는 오해에 주민들이 학교를 세울 때 반대를 했었다는 겁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이번 드라마가 널리 알리고 사람들의 편견을 해소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경계선 지능인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선생님은 당부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심장병이 있는데 그걸 부끄러워하지는 않잖아요. '나 심장병이 있으니까 빨리 못 뛰어' 할 수 있듯이. 우리 아이들이 '나는 경계선 지능이라서 한 번 더 얘기해 줘. 조금만 천천히 가. 한 번 더 설명해 줘' 이렇게. 그렇게 얘기할 때 일반 사람들이 '아, 이 아이는 조금 도움을 주면 되겠구나' (인식이 개선되면 좋겠어요)."


취재 : 박하정 / 영상취재 : 신동환 서진호 / 편집 : 조윤진 / CG : 안지현 / SBS Digital 탐사제작부

출처 :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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