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뉴스포스트][보호받지 못하는 약자]③ 느린학습자, 온전한 사회구성원 되려면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비장애인과 경도 지적장애인 사이의 지능지수(IQ)는 ‘경계선 지능’, ‘경계성 지적장애’, ‘경계선 지적지능’, ‘경계성 지능장애’ 등의 명칭으로 불린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4%가 이에 해당한다고 알려졌다. 낮은 지능지수 때문에 학습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심하면 범죄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명백히 사회적 약자 위치에 있지만, 지적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재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게 아니다. 경계성 지능인도 온전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소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청소년특임위원회 이사에 따르면 경계성 지능은 지능검사를 통한 지능지수 결과와 사회성숙도 검사를 통해 나온 사회지수를 종합적으로 판정해 결론을 내리는데, 지능검사 결과는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 시기에는 뇌가 발달 중이기 때문에 성인이 될 때까지 변화의 소지가 있다.


특히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이사는 “지적장애 아이들과의 특수교육보다는 비장애인 학생들과 수업을 들으면서 가정에서 충분한 영양공급과 부모와의 애착관계를 증진하는 게 좋다. 대화와 놀이, 독서 등을 통해 뇌 발달을 자극하는 게 좋다”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우울증 등 공존 질환이 있다면, 치료해야 한다. 지능검사에서 수행력이 나아지고 사회 적응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계선 지능인들이 원활하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만 있는 게 아니다. 학교와 지역 사회, 평범한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뉴스포스트>는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지난 27일 사단법인 느린학습자시민회를 통해 알아봤다. 지난해 출범한 느린학습자시민회는 경계선 지적지능 아동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됐다.





-경계선(지적기능)을 가진 아동‧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어떤 불편을 겪고 있나?

현재 대부분 아이들이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을 한 후 학교에 오는 현실이다 보니 빠른 속도로 학교 수업이 진행된다. 학업량도 많아 느린학습자(경계선 지능인)들이 학교 학습을 따라가기 매우 버겁다. 또한 모둠 수업에서 정해진 역할 수행에 대한 힘듦으로 또래에서 외면받거나 소외되고 있다.

경계선 지적지능 아동·청소년들은 언어적 표현력이 어설프고 상황 이해력이 낮다 보니 교실에서 또래들이 사용하는 은어나 유행어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 이 때문에 또래 관계에서 소외되거나 배제, 무시, 따돌림, 간식 셔틀, 가스라이팅, 학교폭력, 성폭력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게임 규칙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신체적으로도 소근육이나 대근육 발달이 또래와 차이가 있어 놀이 상황에서 또래로부터 외면받는 경우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아울러 교사의 경계선 지적기능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현재의 교육체계에서는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교육에서 특수교육으로 배제되거나 소외시키는 불평등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러나 현재의 특수교육에서도 느린학습자들은 충분한 교육적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경계선 지적기능 아동·청소년들 중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은 학교에서 제공되지 못하는 교육지원을 사교육 및 사설 치료실을 통해 해소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가정이 더 많다. 그들은 방임되고 있는 현실이다.


-경계선(지적기능) 아동‧청소년들을 위해 필요한 교육들은 무엇이 있나?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들은 스스로 이루어지는 우연 학습이 적고, 대부분 모든 과정에서 안내와 설명 또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지속적인 확장이 필요하다.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들의 교육은 단기간 이루어지지 않고 생애주기별 관점으로 장기적‧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들의 학령기뿐만 아니라 진로 및 취업과 사회생활에 대한 교육이 전 생애적으로 필요하다. 특정 과목이나 교육으로 한정 짓기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개입이 필요하고, 이들이 겪는 어려운 부분에 대해 언제든지 지원할 수 있는 개별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동기에는 맞춤형 교육 지원과 신체 활동, 사회성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청소년기에는 사회 진입을 위한 기초 활동과 사회성 그리고 맞춤형 교육 지원과 진로 교육을 요한다. 성인기에는 사회 진입기와 성장기를 나눠서 욕구와 필요에 따라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계선지능인 아동‧청소년들을 위해 정부 또는 지방자치 단체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

느린학습자는 평등한 학습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 2020년 느린학습자시민회 추진위원회가 제안해 2021년 서울시민참여예산으로 느린학습자 자립지원체계구축 사업이 진행된 바 있다. 느린학습자를 위한 지역 내 전담기관에서 심리·정서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기부터 만 24세까지 가족지원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한시적이고 일부에서만 진행되었을 뿐이라 여전히 다양한 부분에서 공백이 존재하고 있다.

(해당 사업처럼) 느린학습자들을 체계적으로 전담해 지원하는 느린학습자지원센터가 지역마다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느린학습자 자조 모임과 커뮤니티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지원이 매우 필요하고, 초등학교 진입 전후 등 주요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및 예산 배정이 절실하다.

-경계선지능인을 대하는 시민의 올바른 태도 양식에는 어떤 게 있나.

경계선 지능인 만을 위한 태도는 따로 없다. 나와 조금 다르고 느린 행동으로 답답함을 느끼더라도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니라면, 기다려주고 배려해 주는 태도가 특정한 사람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많은 어른을 존중하고, 아프거나 어리고 약한 이들을 기다려주고 배려하는 행동은 사회적 에티켓이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느리더라도 기다려주는 태도라면 적절할 것 같다. 누구나 좀 빠르거나 상대적으로 느린 영역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린학습자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직장 문제로, 느린학습자라는 말처럼 직장 내 문화에 익숙해지고 업무 숙지를 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 내 직장동료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문화가 아닌 제도적으로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 중에 법 제정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법을 만들어야 하고,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면 인식개선 활동도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활동을 응원하고 동참해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느린학습자는 우리 인구의 약 14%에 해당되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 10명 중 두세 명이 느린학습자다. 느린학습자들을 특별한 시선이 아닌 나와 다르지 않은 이웃으로 바라봐주고,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출처 : 뉴스포스트(http://www.news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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